
스나크라는 용어
작가가 마지막에 설명하지만 솔직히 잘 와닿지는 않는다.
익숙하지도 않고.
그리고 그게 무엇이든 전체 전개에서 잘 몰라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.
다만 그 뜻을 곱씹어보면 의미가 있긴 하다.
혹시나 스포가 될까 하여 이 글의 마지막 인용 부분에 그 뜻을 담아둔다.
아래부터는 최대한 결말 부분은 안 쓰려고 했지만 스포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.
아무래도 한바탕 소동느낌으로
작중에 등장한 인물들이 한날한시 사건을 향해 수렴되기에
조금은 억지스럽고 말도 안 되는 설정들도 있지만,
핵심을 관통하는 건
우리 사회 범죄자들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생각을 짚어볼 수 있다는 면에서
다시 한번 심리 묘사의 탁월함에 놀랍다.
그렇다고 너무 무겁거나 너무 어렵게 쓰지 않고
주인공 입장의 서술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
대화나 머릿속의 생각들의 섬세한 묘사를 통해서
나도 궁금했던
왜 그런 범죄를 저지를까?
저지르고 후회는 할까?
정말 반성하고 다시 갱생할 수 있는걸까?
라는 일반인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질문하게 한다.
물론 결론은 사실 씁쓸하고 어둡다.
사회 비리, 부조리, 범죄에 관심이 많은 작가답게
한 가지 범죄 사실이 아니라 몇 가지가 섞여있다.
물론 사건 전개를 위해 필요한 설정들인 경우이다.
큰 사건은 하나이고 이 사건을 향해
전제가 되는 사건과 보조 역할을 하는 사건 등이 나온다.
원래 인간이 그런 것 같다.
문제 학생과 비행 학생은 아예 다르고
비행 학생은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책 속의 대사처럼.
그들을 단죄하는데서 오는 통쾌함은 있을지 몰라도
만약 그들이 소설에서마저 빠져나가서 승승장구하며 사는 결말은 차마 쓰지 못했을 것 같다.
많은 범죄 피해자들의 찢어지는 마음을 생각해도.
그래서 그런 결말인 걸 수도.
여전히 인간에 대한 의문과
그런 행동을 하고도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부류에 대한
이해불가는 남아있다.
그럼에도 주인공들 주변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서
조금은 희망과 밝은 모습을 볼 수 있어서
여전히 범죄 추리물임에도
그 끝이 무섭거나 어둡거나 마냥 찝찝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.
아직은 이 작가님 여전히 호!이다.

끝으로 인상 깊은 구절 몇 군데 적어본다.
역시나 사건 전개에 필수적인 플롯이라기보다는
인간 심리에 대한, 인간 묘사에 대한 부분이 주다.
아, 참. [스나크 사냥]이란 이야기 아세요? 이것도 슈지 씨가 해준 이야긴데, 루이스 캐럴이란 사람이 쓴 아주 이상한, 긴 시 같은 건데 스나트라는 것은, 그 이야기에 나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이름이에요.
그리고 그걸 잡은 사람은 그 순간에 사라져 버리죠. 마리 그림자를 죽이면 자기도 죽는다는 그 무서운 소설처럼.
-367, 368p
작가가 굳이 덧붙이는 이야기를 통해 작품의 해석을 이 글의 뒷부분에 이어서 친절하게 해 주었다.
혹시나 찝찝할 독자를 위해서인 것 같다. 그래서 미미 여사라고 불리나 보다.
"우리 때보다 세상이 훨씬 복잡해졌기 때문이겠지. 슈지야. 너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모쪼록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. 앞으로 더 나아가면 외길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특별한 목적이 없더라도 다른 길을 걸어 보는 거야. 사람이 그런 정도로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니까."
-57p
가즈에와 친해진 것은 또 왜일까? 어째서 그녀의 본성을 꿰뚫어보지 못했을까? 그 까닭 또한 겉으로만 그랬다 할지라도 그녀가 늘 자신을 염려해 주고, 자신의 어리광을 받아 주고, 마음을 써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? 그래서 그게 기분이 좋아 가즈에와 놀 때, 가즈에와 함께 있을 때 돈을 아낌없이 썼다---.
나는 다만 나를 소중하게 여겨 주기를 바랐을 뿐인데.
"네겐 돈밖에 없잖아. 그런 사람들밖에 접근하지 않아."
그 말이 아직도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.
-83p
"그래. 자네와 자네 장모 사이에 끼어 양쪽 체면을 살리면서 양쪽의 희망을 다 들어주고 싶다, 아니 다 들어줘야만 한다. 그런 책임감에 짓눌려 기진맥진한 걸세. 내과적인 문제는 전혀 없어. 몸은 아주 건강해."
-109p
범인들은 멀쩡하게 살아서 두 다리로 법정에 버티고 서 있다. 변명을 하고, 정상 참작을 호소하고 있다. 멋대로 지껄이고 있다. 게다가---.
-118p
그랬다. 고쿠부가 보기에 세상에 우글거리는 인간의 구십 퍼센트는 소용없는 쓰레기다. 나머지 십 퍼센트의 사람이 사회를 움직이고 경제를 끌어가며,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연명해 갈 수 있는 놈들이다. 그런 주제에 남들처럼 큰소리는 치지만 실제로는 무엇 하나 할 수 있는 일이 없다.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.
-168,169p
"매번 의자에 앉아 피고인석의 오오이를 보고 있으면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, 하는 생각이 들었대. 왜 저런 놈들의 변명을 듣고 있어야 하는 걸까, 왜 이렇게 변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걸까, 두 사람이나 그토록 잔인하게 죽였는데."
-223p
"모든 일을 일일이 깊이 생각하지는 않는 게 좋아."
(중략)
"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.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주위 사람들은 너에 대해 그렇게 깊이 신경 쓰지 않아."
-252p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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